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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 : 부희령 소설집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 : 부희령 소설집 / 지은이: 부희령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 : 부희령 소설집

상세정보

자료유형  
단행본단행본
ISBN  
9788982183751 03810
KDC  
813.7-6
청구기호  
813.7 ㅂ944ㅇ
서명/저자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 : 부희령 소설집 / 지은이: 부희령
발행사항  
서울 : , 2025
형태사항  
235 p. ; 20 cm
키워드  
한국문학 한국소설
기타저자  
부희령
가격  
\15,000
Control Number  
hycl:151308
책소개  
부희령 소설의 인물들은 자신들의 기억 속 과거에 단단하게 붙들려 있다. 그들에게 과거는 현재를 애틋하게 물들이는 그리움의 향수가 아니라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처럼 일상을 불안으로 잠식한다. 그래서 그들은 마치 과거의 상처와 고통 속에서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처절한 생존자인 듯이 보인다. 흔히 지난 과거에 집착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에 충실하게 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런 당부의 말 자체가 이미 끈질긴 과거와 막연한 미래 사이에 낀 인간의 곤혹스러운 현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지난 일들의 기억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알 수 없는 미래의 막연함이 지금의 나를 흔든다. 흘려보내지 못하고 고여 있는 시간은 부패를 가져온다. 애도하지 못하는 삶은 멜랑콜리에 잠식된다. 부희령의 소설은 그렇게 부패되거나 멜랑콜리에 잠식되지 않으려는 뜨거운 생존의 열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의 내밀한 사연, 가족사적이거나 역사적인 과거의 기억들이 인물들의 현재를 침범한다. 그 기억들은 심리적 불안이나 결핍감만이 아니라 몸의 증상으로 발현되고, 마침내 실존의 파열로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의 주인공은, 사십여 년 전의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육십이 다 된 여성 작가이다. 여자는 과거와 현재, 역사적인 것과 실존적인 것이 교차하는 가운데, 긴 세월을 ‘너’와 ‘나’로 분열된 채로 살아왔다. 그 이인칭의 호명 속에서 ‘너’는 ‘나’가 되지 못한 채로 낯설게 괴리되어 있다. 여자의 삶을 구속해온 과거의 원점은 이십대 대학 시절이다. 그때 여자는 대학의 도서관과 거리의 광장 사이에서 흔들리며 번민하고 있었다. 기형도의 「대학 시절」이라는 시에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라고 쓰인 것처럼, 여자는 그 우악스럽고 섣부른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섬세하고 여린 영혼의 청년이었다. 독재자가 죽고 제국의 지배하에 놓인 정치적 환란의 시대, 그 혼란의 청춘기를 보내던 여자는 대학의 도서관에서 유토를 만난다. “교정에서 방독면을 쓴 고릴라들이 곤봉을 휘두르며 인간 사냥을 벌여도 도서관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인간 같은 컴퓨터와 대화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는 이도 있었다. 유토는 그런 사람이었다.”(24쪽) 둘은 관심사도 생각도 다른 사람이었지만, 어쩌면 그래서 여자의 마음이 유토에게 이끌렸는지도 모른다. 끔찍한 현실을 망각하고 싶은 마음, 그런 도피의 심리가 고고한 관념의 그 ‘마의 산’을 닮은 유토에게로 향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무언가를 대체하는 존재, 그 도피처를 좇았던 마음은 오래가기가 어렵다. ‘마의 산’을 내려온 여자는 계략과 음모가 벌어지는 살벌한 현실을 마주하는데, 그것은 민주주의의 퇴행 속에서 벌어진 내란과 외세의 개입을 둘러싼 정치적 격동이었다. 제국의 합병 여부를 두고 이루어진 국민투표에서, 부정 투표함을 발견하고 밤새 그곳을 지키는 자리에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그 일을 하게 했던 친구 자오의 당당함과는 달리, 여전히 섣부르게 확신할 수 없는 세심한 영혼이었다. 여자는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킬 수가 없었고 국가는 제국에 병합되었으며, 곧이어 총독의 포고령이 선포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잡혀가서 고문을 받고 학살당했다. 그리고 여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다. 사십여 년이 지난 지금, 총독의 포고령이 예고되자 여자는 과거의 그 폭력적인 기억을 떠올리며 공포에 사로잡힌다. 소설 후반부에서는 마침내 질적인 도약이 이루어진다. 여자가 두려움을 이겨내며 비밀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사십여 년 전에 부정 투표함을 지키던 그때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중요하지 않은 너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안고 편의점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었다.”(34쪽)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그 생존의 절박함은 부희령의 소설 전반을 가로지르는 핵심적인 주제어이다. 소설의 서두에서 술자리의 옆 테이블에서 남자들이 나누던 대화의 결론도 그것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았잖아, 잘 살아왔잖아.”(12쪽) 여자는 좁은 철문을 통과해 뜻을 함께하는 이들에게로 다가가며, 화려하고 거대한 고층빌딩에서 자기를 개미처럼 내려다볼 사람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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